2010. 3. 5. 01:34

날이 밝으면 또 메기 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정주성' 중에서)
청배: 청리. 청실리. 청술레. 배의 일종으로 일찍 익으며 빛이 푸르고 물기가 많다.

호박닢에 싸오는 붕어곰언제나 맛있었다 (주막)
붕어곰: 붕어를 오래 곤 국. 또는 오래 곤 붕어.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메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 고무 고무의 달 승녀 아들 승동이...
배나무 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노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려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뽁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여우난족골)
메감탕: 메진 감탕. '매'는 평북 방언에서 '메진' 즉 '끈기가 적은 상태'를 말하며, '감탕'이란 '엿을 고아낸 솥을 씻은 단물, 또는 메주를 쑤어낸 솥에 남은 걸쭉한 물'을 말한다.
반디젓: '밴댕이젓'의 평북 방언.
송구떡: 소나무의 안껍질을 물에 여러 날 담가서 송진을 우려낸 후 두들겨서 솜같이 만든 것을 섞어 만든 떡.
콩가루차떡: 콩가루를 묻힌 찰떡. '차떡'은 '찰떡'의 평북 방언.
잔디: 잔대. 산야에서 흔히 자라는 높이 40~120센티미터의 여러해살이풀로 연한 뿌리는 식용한다. 더덕과 비슷하게 생겼다.
무이징게국: 새우에 무를 썰어넣어 끓인 국. '무이'는 '무'의 방언(평남, 황해, 강원), '징게'는 '새우'의 방언.

...고래 같은 기와집에는 언제나 니차떡청밀에...
나는 아릇목의 삿귀를 들고 쇠든밤내여 다람쥐처럼 밝어먹고 은행여름을 인두불에 구워도 먹고...
내일같이 명절날인 밤은 부엌에 쩨듯하니 불이 밝고 솥뚜껑이 놀으며 구수한 내음새 곰국이 무르끓고 방안에서는 일가집 할머니가 와서 마을의 소문을 펴며 조개송편에 달송편에 죈두기송편에 떡을 빚는 곁에서 나는 밤소 팥소 설탕 든 콩가루소를 먹으며 설탕 든 콩가루소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얼마나 반죽을 주무르며 흰가루손이 되여 떡을 빚고 싶은지 모른다
(고야)
니차떡: '떡' '인절미'의 평북방언
청밀: 꿀
쇠든밤: 새들새들해진 밤. 말라서 생기가 없어진 밤. '쇠들다'는 '새들새들하다'에서 온 말이다.
밝어먹고: 발라먹고. '밝다'는 '바르다'의 평안 방언.
은행여름: 은행나무 열매. '여름'은 '열매'의 고어. 평안 방언.

나는 돌나물김치에 백설기를 먹으며...
토끼도 살이 오른다는 때 아르대 즘퍼리에서 제비꼬리 마타리 쇠조지 가지취 고비 고사리 두릅순 회순 산나물을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를 따르며
나는 벌써 달디단 물구지우림 둥굴네우림을 생각하고
아직 멀은 도토리묵 도토리범벅까지도 그리워한다...
뒤울안 살구나무 아래서 광살구찾다가
살구벼락을 맞고 울다가 웃는 나를 보고
밑구멍에 털이 멫 자나 났나 보자고 한 것은 가즈랑집 할머니다

찰복숭아를 먹다가 씨를 삼키고는 죽는 것만 같어 하로종일 놀지도 못하고 밥도 안 먹은 것도
가즈랑집에 마을을 가서
당세 먹은 강아지같이 좋아라고 집오래를 설레다가였다 (가즈랑집)
물구지우림: '물구지' 즉 '무릇'의 뿌리를 물에 우려내서 엿처럼 고아낸 음식
둥굴레우림: 둥굴레 뿌릴를 여러 날 물에 담가 풀물을 우려낸 것. 찌거나 삶으면 빛이 시커멓게 되면서 단맛을 낸다.
광살구: 너무 익어 저절로 떨어진 살구
당세: 당수. 곡식을 물에 불려 간 가루나 마른 메밀가루에 술을 조금 넣고 물을 부어 미음같이 쑨 것




오늘은 여기까지...
Posted by Junk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