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여인 <프랑소와 오종>

Junkbox 2009. 10. 5. 11:15

욕망이라는 이름의 퍼즐 맞추기

직소퍼즐에는 순차적인 해법이 존재한다. 이는 장르(특히 탐정물)의 클리셰와 일맥상통하다.
1. 직소퍼즐은 한정되어 있다. 500피스든 2000피스든 10000피스든 외곽이 존재한다.
탐정물 역시 계가 닫혀있다. 범인은 등장인물 중 하나. 외부의 침입은 없었던 걸로 전제해 둘 것.
2. 백지퍼즐이라도 독특한 것들이 있다. 일반적인 것보다 요가 많은 것. 철이 많은 것.
이것들을 결합시키면 일반적인 것 둘이 된다.
욕망의 과잉과 결핍에 주목할 것. 
3. 색깔별로 그러모아 구분하고 경계긋기. 보색대비가 분명한 것을 우선한다.
각 캐릭터들의 알리바이 분석하기. 명확한 것들을 먼저 혐의선상에서 제거한다.
4. 전체적인 윤곽 그리기
복선 놓치지 않고 단서잡기
5. 모호한 무늬와 색깔들 원본과 대조할 것.
판명된 사실과 드러나지 않은 거짓을 은근과 끈기로 관찰할 것
(사실, 직감의 힘을 빌어야 할 때가 많다. 여기에 추리물의 맛이랄까-또는 작가의 농간에 대한 가벼운 조소랄까- 뭐 암튼 그런 게 상존해 있는 것 같다.)
6. 연결고리 마무림
인과맺기와 관계망 형성. 동기파악.

프랑소와 오종은 재기발랄한 감독이지만
욕망에 대해 단선적인 사고관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많은 장르물 작가들이 그러하듯이)

보르헤스는 나침반을 든 이성의 미로에서 전자석으로 자장을 이리저리 바꿔 길을 막는다.
프로스트는 시공간과 꿈의 이편 저편을 부유한다.
프로이드, 라캉과 지젝 뭐 이런 사람들은 욕망을 다른 세계에 던졌다.
이 욕망의 고리들과 분절들이 커다란 2차원 (뛰어넘는다고 해도 고작해야 3차원의 구)안에 무르녹아 있겠다고 단정짓고 위안삼기엔 아직 이르다는.

뫼비우스의 띠 퍼즐,
함정미로퍼즐,
구멍난 욕망의 퍼즐,
무한증식퍼즐,
로서의 장르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