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장화, 혹은 헤겔놀이 <프리드리히 G. R. 린드러>
1막
구두쟁이는 구직 신청을 한다. 마이스터는 이 신청을 받아 들여 시험 삼아 자기 밑에서 일하라고 한다. 그리고 장화 한 켤레를 마무리지어 놓으라고 한다
구두쟁이: 시험 삼아? 어떻게 그런 말을?
마이스터: 나는 바로 그대가 어떻게 만드는가를 보고 싶네. 그대는 장화를 만들 수 있기나 한 것인가?
구두: 당신이 생각하는 바와 같은 장화는 전적으로 당신의 의식 속에만 존재합니다. 그러나 내가 만드는 장화는 내 의식으로부터만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이: 옳은 말이야! 나는 내가 좋은 장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네. 아직 내가 모르는 것은, 그대로부터 나오는 장화야.
구: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가진 두 자기의식을 서로 재어 보아야 하고 (서로 차이가 나는) 애매모호한 것을 없애 버려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자기의식에 대해 또 다른 어떤 자기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자기의식은 자기의 밖에서 온 것입니다. 이것은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그것은 자기 자신을 상실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을 다른 조재로서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그것은 따라서 타자를 지양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타자를 존재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타자 속에 있는 자기 자신을 보기 때문입니다.
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신발창을 두 겹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야. 이중적 의식을 만드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라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그대의 일 또한 아니라네. 장화를 만드는 것, 이것이 문제로다.
구; 물론입니다! 나의 장화가 초감작적 차안이라는 공허한 밤으로부터 현재라고 하는 정신적 대낮으로 들어와 나타나기를 당신은 원합니다. 그러나 장화를 만드는 당신의 의식은 나의 의식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의 의식에 대해 나의 의식은 다른 한 의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의식은 (자신에게 나타나는) 자신의 타자 존재를 지양해야 합니다. 이 타자 존재는 첫 번째 이중적 의미의 지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는 두 번째로 이중적 의미가 됩니다. 그것은 첫째로 다른 자립적 존재를 지양하는 쪽으로 나가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존재를 자신의 것으로 압니다. 두 번째로, 그것은 이에 따라 자기자신을 지양하는 쪽으로 나아갑니다. 왜냐하면 이 타자는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마: 맙소사, 나는 그대를 도통 이해할 수 없네.
구: 좀더 분명하게 설명르 해 보지요. 당신은 내가 장화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요구를 합니다. 내가 장화를 만드는 것에 익숙한지 아닌지 시험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당신 자신은, 즉 마이스터께서는 다른 한 마이스터를 찾습니다. 그런데 내가 내 자신을 마이스터로서 증명한다면, 그렇다면 마이스터로서의 당신과 구두쟁이로서의 나, 즉 타자에 대한 관계는 이를 통해 지양된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나를 마이스터로서 인정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 당신은 내 속에서 당신 자신을 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내 속에서 당신 자신을 보는 것에 의해서 당신은 나의 마이스터됨을 지양하고 당신 자신 안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을 마이스터로서 증명을 하였기 때문에 당신은 이것을 인정해 주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 당신은 당신의 마이스터됨을 내 안에서 다시 지양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나의 마이스터됨을 돌될려 주고 나를 다시 자유롭게 방면해야만 합니다. 이것이 조금 전에 내가 초감적적 차안의 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보다 모호하게, 따라서 보다 철학적으로 말했던 바입니다.
마; 훌륭해,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일자리에 대해서 우리에게 아무것도 말해 주는 것이 없네. 어떤 가죽을 선택해야 할지, 어떤 크기로 잘라야 할 것인지, 실은 어떻게 꿰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서 말해 주지 않네. 도무지 장화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
구:당신이 하는 말은 아직도 구두, 즉 의식의 내용으로서의 구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의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의식 가지고 장난을 그만 두게. 사람들은, 그대가 의식을 가지고 배배 꼬는 바람에, 그대가 우리의 자연적인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고 할 걸세. 그리고 그대가 미쳤다고 할 걸세.
구: 미쳤다고?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지금 저에게 이렇게 말해 보십시오. 그대는 그대의 자기의식에 의하지 않고 어떤 다른 방식으로 그대가 마이스터인 줄 아는가라고?
마: (혼잣말로)누굴 멍청이로 아는 건가. (크게 소리 내어) 그래. 나는 내 마이스터됨을 스스로 알고 있네.
구: 그런데 내가 당신과 같이 그렇게 좋은 장화를 만든다면?
마: 그렇다면 나는 그대를 마이스터로 똑같이 인정을 할 걸세.
구: 자, 보십시오. 당신의 자기의식은 다른 자기의식을 착고 있습니다.
마: 내가 원하는 것은, 그대가 의식으로부터 한번 나와서 손을 움직여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일세. 단순한 의식 그 자체만으로는 결코 장화를 만들 수 없네. 이 장화는 다른 어떤 것일세.
구두쟁이는 마이스터를 계속 가르치고자 한다.
마: 어디까지 계속 할 참인가? 나는 그대가 장화를 체 자리에 갖다 놓는 것을 도와 줄 의무가 있네.
구: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은 오로지 당신의 자기의식과 나의 자기의식에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양자의 의식 관계는 서로 간의 생사 투쟁에 의해서 자기 자신을 유지하도록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마; 그가 나와 함께 생사 투쟁을 벌이고자 한다고? 이에 대해 나는 어떤 수단을 가지고 있네! 이 사람아, 기억해 보게, 내가 그대에게 조금 전에 사용하지 않은 말 속에서 내 버릇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을.
마이스터의 인내는 한계에 이른다. 그는 박달나무를 손에 들고, 구두쟁이에게 '빨리 그런 이야기를 끝내 버리는 계기로 삼으라'고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