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밥에 대한 명상
Junkbox
2010. 4. 2. 01:15
나의 모든 뼈들은 다른 사람들의 것이다.
아마도 난 그것들을 훔쳤을 것을!
나는 갔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사람들에게
주기로 되어 있었을 것을 내것으로 했다.
또한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떤 다른 가난뱅이가 이 커피를 마셨을 것을!
나는 지독한 도둑놈... 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땅은 인간쓰레기 냄새로 가득하고
너무도 비참한 이 싸늘한 시간에,
나는 세상 모든 문을 두드리고 싶어진다.
그리고, 누구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지 모르겠다만
그를 위해 신선한 빵 한조각을 만들었으면.
여기 이 내 마음의 빵가마 속에서
발레요<우리들 매일의 빵>
주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으로 하여 나는 울고 있나이다.
내가 당신의 빵을 받았음이, 내 마음을 짓누르나이다.
하지만 나, 가난하고 시름에 가득한 찰흙은,
당신 옆에서 들끓고 있는 쭉정이들이 아니옵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마리아도 없다고, 그들은 떠나버렸다고 들끓는!
주여, 당신이 일찍이 인간이었다라면,
당신은 오늘, 어떻게 신이 되는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지만 주여, 옛날부터 유족히 살았던 당신은,
당신의 온갖 피조물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나이다. 그런 즉
당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간, 그가 곧 신이옵니다!
...
주여, 이 귀멀고, 캄캄한 밤에
당신은 연주를 계속할 수 없나이다. 이 땅은
금간지 오래된 둥근 주사위이니까요.
너무도 오랫동안 그것은 까닭없이 굴러가고 있나이다.
구멍 속에 빠지지 않는 한 그것은 절대로 멈추지 않나이다.
무시무시한 무덤의 구멍 속에
발레요<영원한 주사위>
나는 빵과도 같은 것이기를 원했다.
투쟁 속에서도 내겐 언제나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여기 내가 사랑했던 것,
내가 잃어버렸던 고독과 함께 있다.
이 바위그늘 속에서 나는 불안하구나.
나의 침묵 속에서도 바다는 그침 없이 움직이고, 또 움직이누나
네루다<오직 그것뿐>
나이자 우리들인 여러 사람들 가운데서
나는 오직 한 사람만 주목할 수는 없다.
그들은 갖가지 옷으로 몸을 가리고 내게서 사라져갔다.
그들은 나도 몰래 어떤 다른 도시로 떠나버렸던 것이다.
온갖 것이 나를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하느라
얼이 빠져 있는 듯할 때,
내가 내 속에 감추어두었던 그 바보는
내 입속의 말을 가로채버린다.
...
어떤 위엄있는 집에 불이 나자
내가 부르는 소방수 대신에
방화자가 들이닥치는데,
그는 나인 것이다. 나는 이 일에 속수무책이다.
나를 가려내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어떻게 내가 나를 다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네루다 <우리는 여럿이다>
새벽 다섯시
나무의자에 앉아
둥근 빵을 먹는다
소리없는 칼을 넣어 한 조각
잘라낸
먼 해안처럼 둥글고
사원처럼 적막한
살로부터 환한 무엇
허기 속으로
떨어진다
붉은
새의 그림자처럼 빠른
무언가가
슬픔도 기쁘도 잊고
우두커니 않은
내 속으로 떨어진다
사라지는가 죽음?
응, 사라진다 그것
남은 빵을
가만히 바라본다
조원규 <말>
스무 걸음 전부터 나는
인사를 준비하곤 하지, 김 서린 밥집
언제나 열린 문으로 들어서면
한 남자와 여섯 여자들이
온종일 서 있는 부엌, 투명해라
그 노동, 단순한 건 나의 허기
한나절이 담긴 검은 비닐을 들고
언덕을 오르다 돌아보면
이름 없는 변방 작은 마을이
자처럼 어김없는 세상이라서
조원규 <부엌>
세 시인을 묶는 코드는 '절제'이다. 절제는 미와 윤리, 순수와 참여, 그 어딘가를 중심잡고 있다, 비록 부들부들 흔들거릴지라도. 절제의 시인은 육개장을 숟가락으로 입에 밀어넣는, 목쉰 상주일 수도 있다. 한편 새까만 발바닥을 긁으며 소주 안주로 컵라면을 먹는 노숙자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는 행인일 수도 있겠다.